히브리어 '형통'의 다른 뜻 (창세기 39장, 시편 30편 6절)

히브리어 '형통'의 다른 뜻 (창세기 39장, 시편 30편 6절)


창세기 39장 ‘형통’

요셉 이야기(창 39장)에서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 하시므로 그가 형통한 자가 되었다” 할 때의 형통은 צלח(צָלַח, tsalach) 계열이에요.
히브리어 형태로는 “형통한 사람”을 אִישׁ מַצְלִיחַ(이쉬 마츨리아흐) 같은 식으로 표현하고(번역/본문 전통에 따라 표현이 약간 달릴 수 있지만 핵심은 צלח 어근이에요), 이 어근은 성경 전체에서 대체로 이렇게 움직입니다.

  • 앞으로 밀고 나아가다

  • 막힌 것을 뚫고 진행되다

  • 결과적으로 ‘성공/성취’가 나오다

  • 특히 성경 문맥에서는 “여호와의 개입으로 일이 ‘되게’ 된다”는 뉘앙스가 강해요

사전적으로도 צָלַח는 “전진하다, 성공하다, 형통하다”의 의미로 정리돼요.

즉, 창 39장의 형통은 “요셉이 편안해서 잘 됐다”가 아니라, 노예 신분·억울한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이 개입하셔서 ‘일이 전진하게 되는 형통’이에요. “막힘이 없어서 편안”이 아니라 막힘이 있어도 ‘돌파되는’ 형통이라는 점이 핵심이에요.



시편 30편 ‘형통’

반면 시편 30편 6절(히브리어 성경 절수 기준은 7절로 표기되는 전통도 있어요)에서 “내가 형통할 때에 말하기를…”로 번역되는 구절의 “형통”은 בְשַׁלְוִי(브샬비, ‘내 평안/내 안정 속에서’)입니다.

여기서 핵심 단어는 שַׁלְוָה(shalvah) / 또는 관련 어근군(שלה/שלו)인데, 의미 영역이 צלח와 결이 달라요.

  • 평안함, 안정, 안도

  • 안전함, 흔들림 없는 상태

  • 번역에 따라 “평안, 평탄, 번영, 안정”으로 나뉘지만 공통적으로는 ‘흔들림이 적은 삶의 컨디션’ 쪽이에요.

시편 30편에서 시인이 말하는 포인트는 이거예요.
“내가 (브샬비) 안정되고 평탄하던 때에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했다”는, 말하자면 ‘안정감이 주는 방심/자기확신’을 돌아보는 고백이에요. 본문 자체가 그 뒤에 “그러나 주께서 얼굴을 가리시니 내가 놀랐다” 같은 흐름으로 이어지잖아요. 그러니까 여기의 “형통”은 돌파/성공의 추진력이라기보다, 안정과 평안이 주는 ‘나는 괜찮아’의 상태에 가깝습니다.



형통이지만 다른 뜻

정리하면 이렇게 대비돼요.

창세기 39장(요셉) — צלח(찰라흐)형 “형통”

  • 진행/돌파/성취 중심

  • 상황이 거칠어도 하나님이 일을 되게 하심

  • “잘 됨”이 결과라기보다 ‘되게 하시는 손길’이 강조


시편 30편 — שלוה(샬바)형 “형통”

  • 안정/평탄/안심 중심

  • 흔들릴 일이 없다고 느끼는 평온한 상태

  • 오히려 본문에서는 그 안정감이 교만·방심으로 기울 수 있음을 드러내는 장치



신학적인 의미

우리가 “형통”을 한 단어로 묶어버리면, 성경이 말하는 형통의 두 얼굴을 놓치기 쉬워요.

  • 요셉의 형통(צלח)은 “환경이 좋아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동행이 일을 전진시키는 것”이에요. 그래서 고난 중에도 형통할 수 있어요.

  • 시편 30의 형통(שלוה)은 “환경이 평탄해서 마음이 놓인 상태”예요. 그런데 그 평탄함이 때로는 영적 긴장을 풀어버리는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걸 시인이 고백해요.

즉,

  • 창 39장은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고난 속에서도 일이 ‘되게’ 된다”를 보여주고,

  • 시 30편은 “평안의 시기일수록 ‘나는 안 흔들려’라는 자기확신을 경계하라”는 통찰을 줍니다.

댓글 쓰기

다음 이전